[한국현대시 100선] 담쟁이 - 도종환
K-Classic News 원종섭 詩 칼럼니스트 |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-도종환 시선집 담쟁이 2012 시인생각 시인이 전교조 교사로 해직된 후 살길이 막막했을 때였습니다 흙 한 톨도 없고 물 한 방울 도 나오지 않는 벽에 살면서도 담쟁이는 저렇게 푸르구나 자기만 살길을 찾겠다고 달려가지 않고, 100개의 이파리와 손에 손을 잡고 더디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고 그렇게 다른 이파리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며 벽을 오르고,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고 연대감을 통한 시련의 극복입니다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내립니다.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.낙옆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참으로 짧습니다. -도종환 접시꽃